물구경꽃구경 Water and flower viewing
“그렇다 여행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눈물 하나가 바다를 일으킨다. 바다를 일으켜서는 또 다른 바다로 끄을고 간다.”
-강은교,「바리데기의여행(旅行)노래 이곡(二曲)·어제 밤」 중에서
<바리데기>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고 저승으로 인도하기 위해 베풀어지는 사령제(死靈祭)로서 무속의식에서 구연되는 서사무가이다. 바리의 부모는 거푸 딸을 낳게 되었으며 일곱 번째 역시 딸을 낳는다. 그런데 일곱 번째 딸은 마지막에도 딸이라는 이유로 부모에게 버림을 받는다. 한편 바리의 부모는 죽을 병에 걸리는데, 자신들에게 필요한 약이 무장승이있는 곳에서 얻을 수 있는 양현수와 꽃임을 알게 된다. 부왕은 여섯 공주에게 서천서역국에가서 양현수를 구해 오라고 하는데,여섯 공주는 갖은 핑계를 대면서 가지 않겠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들은 바리는 부모를 찾아 나선다. 마침내 재회 후,곧 남장을 하고 부모를 살릴 수 있는 약수를 구하기 위해 저승 여행을 떠나는 신화적 죽음을 맞는다.그리고 저승에 이르러서 무장승을만난다. 그렇게 힘겹게 서천서역에 도달하지만, 바리가 생명수를 얻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무장승의 요구에 따라 아들 형제를 낳고 "물3년, 불3년, 나무3년"의 세월을 보냈을 때, 비로소 그는 말해주었다. “앞바다 물 구경하고 가고 뒷동산 꽃구경하고 가소.” 그제서야 바리는 자신이 매일 긷던 물이 바로 양현수이고 베던 풀이 개안주임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시련과 고통은 바리의 자아실현을 위한 통과의례와도 같은 것이었다.
바리가 저승으로의 여행에서 찾았던 생명수와 불사약을, 우리 또한 이승에서 무수히 많은 무장승들을 만나며 찾아 헤매고 있다. 이승과 저승, 삶과 죽음의 공간은 수평적 이동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허실상생(虛實相生)한다. 지금 내가 마시는 이 물이 내가 딛고 있는 땅이 그토록 꿈꾸던 세계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니 지금 “앞바다 물구경하고 가고 뒷동산 꽃구경 하고 가소.”